주간경향 924호

[정치]진보진영 17대 의원들 ‘기지개’

ㆍ심상정, 정치바로 아카데미 운영… 노회찬, 진보대통합 추진

4월 초,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의 제안으로 민주노동당 17대 전직 국회의원 1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노회찬 전 의원이 진보신당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추진위원장’으로 인준된 때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17대 전직 의원들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진보정치가 나아갈 길, 앞으로의 활동방향 등을 공유했다. 일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 이들이 ‘새 진보정당’의 기치 아래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월 2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정치바로 아카데미’ 개원식에서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예비반 수료생에게 수료증을 전달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시작한 것은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현 상임고문)다. 심 고문은 4월 21일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서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정치바로 아카데미’ 개원식을 갖고 예비반 수료생에게 수료증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심 고문은 “새로운 진보정당으로의 통합을 위한 대중운동에 열심히 나서겠다”며 정치활동 재개 의사를 밝혔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론을 거슬러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오랜만의 대외행보다. 심 고문은 “리더십의 위기에 처한 한국정치를 바로세우는 출발점으로서 정치바로 아카데미를 세웠다”고 말했다.

‘정치바로 아카데미’는 앞으로 심 고문과 뜻을 같이하는 진보 정치인을 길러낼 ‘대안세력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최근 심 고문은 진보정치의 현실화를 위해 ‘연립정부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연립정부론의 요지는 진보정치의 독자노선과 정책을 유지하되, 민주당을 포괄하는 야권연대에는 적극적, 능동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연립정부론 주장, 진보의 힘 배가
심 고문은 “연립정부론은 기존의 연립정부론과 분명히 다르다”며 연립정부론이 진보정치 자체의 힘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심 고문은 “현재 여러 가지 단일정당론이 있는데, 정당이라면 노선과 정책 경쟁은 필수다. 연합정치가 후보단일화 수준에서 머문다면, 세에서 밀리는 진보진영은 수세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연합으로 정권교체 이후 권력분점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진보정치의 한계에 대해 심 고문은 “국민들에게 대안통치세력이 아닌 저항세력, 비판세력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박근혜 전 대표마저 복지를 거론할 정도로 진보정치의 활동영역은 넓어졌지만, 진보세력이 여전히 갈라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심 고문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경우 여러 차이가 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같은 진보세력이다. 실천의 뿌리가 같은 만큼, 차이를 좁혀가면 내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심 고문은 그동안 “되겠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오랜 기간 진보정치에 몸담으면서 ‘정책도 좋고 진정성도 있고 도덕적으로도 깨끗한데 되겠어?’라는 말에 가슴이 멍이 들 정도였다. 이제는 ‘그런데 되겠어?’가 아닌 ‘분명히 되겠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노동계, 시민단체, 언론인 등 많은 사람들이 ‘분명히 될 만한 진보정치’의 리더가 되기 위해 정치바로 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다.

심 고문과 함께 진보신당 전 대표를 지낸 노회찬 전 의원은 진보대통합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4월 9일 진보신당의 ‘새 진보정당 건설추진위원장’에 인준된 이후 민주노동당뿐만 아니라 사회당 등 다양한 진보세력을 포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노 위원장은 올해 9월까지 ‘새 진보정당’ 건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분당 직전인 2008년 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17대 의원총회. 오른쪽부터 심상정, 강기갑, 권영길, 최순영, 천영 세, 이영순, 현애자, 단병호 당시 17대 의원. 미리 탈당을 선언한 노회찬 전 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노 위원장의 지역구인 노원구에서의 지역사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노 위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마들연구소는 32개월 동안 쉬지 않고 명사초청 월례특강을 진행했다. 그동안 이 특강에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영화배우 김여진 등이 강사로 나섰으며, 매 회 수백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영순, 최순영, 현애자 세 의원은 지역활동을 하며 총선을 준비중이다. 현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영순 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아직 지역구를 정하지는 않았고, 지역구 여성할당제 등 당 활동을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5월 3일부터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 조이여울 일다 대표 등이 강사로 나선 ‘여성 르포교실’을 열 예정이다.

단병호·천영세, 19대총선엔 불출마
최순영 전 의원은 현재 민주노동당 부천시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다. 18대 총선에서는 경기 부천 원미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최 고문은 17대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활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교육과 관련한 진보담론 실천에 주력하고 있다. 최 고문은 “친환경 무상급식, 교육희망네트워크 등 교육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성정책포럼, 주민참여예산 등 지역에서 진보정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애자 전 의원은 18대 총선 당시 제주 서귀포시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현재 현 위원장은 제주도 해군기지, 영리병원 반대투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 위원장은 “현재 해군기지 문제 관련 야5당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도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군기지와 영리병원을 유치하려는 우근민 지사에 맞서기 위해 도의회 다수를 차지한 야권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대 총선에서 서귀포시에 재출마할 의사를 밝힌 현 위원장의 운명은 제주 지역 야권연대의 방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단병호·천영세 두 전 의원은 총선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대외적인 활동이 없던 천영세 전 의원은 직접 총선에 나서기보다 당내 원로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전 의원은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당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고, 나는 뒤에서 조언자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단병호 전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와 같은 기성정치가 아닌 노동자 정치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서울 영등포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이사장이기도 한 단 전 의원은 6월 중순을 목표로 가칭 ‘평등사회 노동교육원’을 준비 중이다. 단 이사장은 “기성정치도 중요하지만 원래 나는 노동운동가다. 현재 노동운동이 위기인데, 탄탄한 기층 활동가 토대가 마련돼야 노동자 정치세력화도 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이사장은 “현재 진보 양당과 별개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준비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연대론이 바람직한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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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6 21:40 2011/05/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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