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인터뷰]
심상정 “MB정권 심판 바라는 절박한 민심에 후보 사퇴” - 대담 | 김민아 특집기획부장 makim@kyunghyang.com
예전보다 조금 말라보였다. 선거 과정에서 힘들어서 살이 빠진 모양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사흘 전인 5월30일 경기지사 후보직을 사퇴한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쉽지 않은 나날을 견디고 있었다. 정치적 명운을 건 선택이었지만, 당내에선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사퇴하며 지지를 선언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는 석패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심판을 요구하는 민심을 읽었으며, 그 민심을 받아들이는 게 진보정치를 확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그는 아직도 투표 안 하고 있는 45%를 ‘정치에서 소외되고 배제됐지만 정치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정의하며 이들에게 ‘진보가 밥 먹여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서울 서교동의 정치연구소 ‘정치바로’에서 진행됐다.
-사퇴하던 날, 눈물을 흘렸습니다.
“너무 버거우니까, 힘들고 버거우니까…. 회한 같은 것도 있었고…. 선거운동하면서 시민들을 만나면, 우리가 제시한 진보적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매우 높았어요. 민심과 가장 가까운 게 진보신당이었는데, 그럼에도 시민들의 필요조건은 ‘당선’이었습니다. 선거운동할 때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인물은 심상정이 제일 확실한데… 진보신당으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겠어’였으니까요. 힘과 능력의 한계, 우리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데 대한 회한 같은 게, 그날 북받친 모양입니다.”
-평생 조직인으로 살아오다 개인적 선택을 했습니다. 사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우리 당이 연합정치에 대해서 적극적,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심판을 요구하는 민심과 소통해야 한다는 절박감, 그런 고뇌 속에서 결단한 것이지요. 수도권 후보들이 모두 완주했을 때 당이 받을 타격, 고립 같은 것도 걱정했습니다. 당내에 이런 선택(사퇴)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감대가 약했어요.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리려면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사퇴 시점도 그 시점밖에 없었고…. 진보신당 같은 경우는 당심과 민심 사이에 긴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는 더 날카로워질 수 있거든요. 저도 당의 얼굴 중 한 사람이고, 당심과 민심 사이의 괴리, 긴장을 좁히는 몫은 역시 리더 책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완주한 노회찬 대표(서울시장 후보)와는 대비되는 선택을 했는데요. 진보신당이 전략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노 대표도 제가 고민하는 맥락에 대해선 공감했어요. 그러나 당 대표이기 때문에 제 선택으로 인해 당에 혼란과 충격이 클 것을 걱정해서 저를 말렸습니다. 당 안팎의 상황논리로만 보면, (서울시장·경기지사 후보 가운데) 한 명은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명은 당 대표로서 당의 요구를 껴안아야 하고, 저는 당 밖 민심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고. 우리 당의 선거전략이 사전에 분명하게 섰더라면, 또 다른 선택을 열어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두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하는 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과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야권 후보) 단일화의 요구는 과거 진보정당의 족쇄이던 ‘비판적 지지’와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단일화가 과거엔 민주당의 요구였다면 이번엔 시민들의 요구였어요. 촛불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인데, 그 촛불시민들이 요구하는 정치연합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런 점에서 우리 당의 선거전략이 부재했다고 봐야지요. 많은 시민들이 민주당에 비판적이고 진보신당의 가치와 정책에 공감하면서도 ‘이번에는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데 동참하라’고 요구한 것이거든요. 진보정치가 앞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면 민심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 후보의 사퇴와 지지선언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후보는 졌습니다. 패인이 뭘까요.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의 파고는 매우 높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다 담아내지 못했지요. 유 후보를 단일후보로 만든 연대세력, 저, 민주당, 유시민 후보… 모두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 부분에선 말을 아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보였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합니까.
“촛불에너지가 선거와 만난 결과라고 봅니다. 이번 선거는 촛불이 제기한,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대한 재검토 요구였고 공공성 강화 요구였어요. 이번 선거에서는 MB(이명박 대통령) 심판이라는 성과를 낸 것이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촛불이 제기한 의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더 나아갈 겁니다. 누구나 비슷한 평가를 하겠지만, 국민들이 민주당을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고 MB 심판의 도구로 쓴 것이지요. 선거과정에서 보면, 국민들이 MB 심판 가능성의 구심점으로 민주당이 아니라 야권연대를 선택했습니다. 다만 야권연대 내에서 민주당의 패권이 관철돼 민주당이 압승한 것이지요. 사실 국민들이 야권연대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뒤집어서 해석해보면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야권연대라는 공간, 구조는 진보정치가 확장, 성장하는 데 유리한 공간인데 진보신당 같은 경우 정치연합을 능동적, 전략적으로 하지 못하고 소극적, 방어적으로 머무른 점이 아쉽습니다.”
-진보신당 내에서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습니다.
“제가 사퇴함으로써 당에 많은 충격과 혼돈이 있었습니다. 그런 충격과 혼돈이, 정치연합을 포함한 ‘진보의 재구성’ 문제, 당의 향후 진로 등을 가감없이 책임있게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년 전 진보신당이 창당했을 때 기대가 많았고 잠재적 지지층이 있었는데, 이 잠재적 지지층을 현실화시키지 못했어요. 저희 나름으로는 진보의 가치를 벼리고 실천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민주노동당과 뭐가 다르냐고 합니다. 이렇게 당이 정체되고 고립되고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징계 문제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당의 진로 논의와 징계 문제는 구분돼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논의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해서, 후보를 사퇴한 진의와 당의 진로에 대한 견해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당의 독자성과 정치연합을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분이 있는데, 저는 조직보전주의냐 아니면 조직의 집권전략을 위한 확장의 길이냐를 책임있게 결정하자고 이야기할 겁니다.”
-만약 출당 조치가 이뤄진다면.
“출당은…안돼야지요.”
차분한 어조였지만, 표정은 복잡했다. 진보신당은 그가 직접 만든 당이다.
-‘진보의 재구성’ 논의가 백출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진보대연합 전략이 필요합니다. ‘묻지마 통합’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이전에 진보대연합을 말할 때는 협소한 의미에서 진보세력, 즉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이번 선거를 보면 ‘복지’가 보편적 요구가 됐거든요. 국민들이 정책적인 수준에서는 진보정치와 손을 맞잡을 만한 때가 된 거예요. 진보의 사회적 기반은 확충된 만큼, 진보진영이 단순히 정치세력 재편을 넘어서 현실적 집권전략을 고민하는 가운데 진보대연합 구상을 해야 합니다. 과거의 민주노동당, 과거의 친노세력과 연합하자는 게 아니라 시대 변화, 사회 변화,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확인한 민심 변화를 성찰하고, 평가하고, 어떤 대안을 갖고 이 변화에 접목할 것이냐를 논의하는 정치과정이 필요합니다. 진보적 시민은 있지만 진보적 시민이 마음놓고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없지 않습니까.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치와 비전, 정책을 중심으로 한 진보대연합이 이뤄져야 하고, 이런 취지에 동의하면 연합의 대상은 확장될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지방선거에서의 야권연대를 계기로 민주당 쪽으로 더 다가갈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민주노동당이 이번 선거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낸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패권주의적 면모도 경험했을 겁니다. 또 우리 사회가 진보의 방향으로 뚜렷한 이동을 하고 있음도 목격했을 것이고요. 민주노동당도 진보대연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으로 봅니다. 민주당 역시 민심을 알고 이동한다면 왼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래서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된다면 진보대연합의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지요.”
-진보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이 당내에서 공존하며 경쟁하는 ‘미국 민주당 모델’을 언급하는 이도 있습니다.
“정치적 힘이 절대적으로 비대칭적인 상황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진보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이 형성된 독특한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꾸준히 운동세력을 흡수해왔음에도 당내에 진보블록이 형성되지 않은 걸 보세요.”
-현실적 집권전략을 고민하는 가운데 진보대연합 구상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수의 벽을 뚫을 수 있는 전략이 있는지요.
“이번 선거에 20대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투표 참여가 하나의 운동 주제가 된 것도 새로운 현상이고요. 하지만 투표율은 55% 수준입니다. 진보가 집권하려면 아직도 투표 안하고 있는 45%, 정치에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는 45%를 어떻게 투표장에 나오게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먹고 살기 힘든 분들, 청년들, 그동안 정치로부터 소외되고 배제됐지만 정치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분들이거든요. ‘진보가 밥 먹여줄 수 있다’는 모범의 창출이 가장 중요합니다. 민주노동당에서 수도권 구청장을 배출했는데, 이 분들이 모범을 창출한다는 의미를 살려내야 합니다. 대형마트에 가도 새 상품이 출시되면 반드시 ‘맛보기’를 하잖아요. 맛보고 맛이 괜찮으면 사고, 아니면 안 사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60년 넘게 보수체제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당신들 말은 좋은데 실현되겠느냐’ 하거든요. 진보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요.”
-개인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당장 7·28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설이 나옵니다.
“7월 재·보선 출마는, 현재로서는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수도권에서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2012년까지 진보의 교두보를 더 확실히 만들어가는 일을 과제로 삼으려고 합니다. 집권 전망과 관련해서 의미있는 수준까지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인터뷰가 끝났다. 그는 서둘러 어디론가 떠났다.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 듯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지난 1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기지사 후보 사퇴 이유와 향후 진로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사퇴하던 날, 눈물을 흘렸습니다.
“너무 버거우니까, 힘들고 버거우니까…. 회한 같은 것도 있었고…. 선거운동하면서 시민들을 만나면, 우리가 제시한 진보적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매우 높았어요. 민심과 가장 가까운 게 진보신당이었는데, 그럼에도 시민들의 필요조건은 ‘당선’이었습니다. 선거운동할 때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인물은 심상정이 제일 확실한데… 진보신당으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겠어’였으니까요. 힘과 능력의 한계, 우리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데 대한 회한 같은 게, 그날 북받친 모양입니다.”
-평생 조직인으로 살아오다 개인적 선택을 했습니다. 사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우리 당이 연합정치에 대해서 적극적,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심판을 요구하는 민심과 소통해야 한다는 절박감, 그런 고뇌 속에서 결단한 것이지요. 수도권 후보들이 모두 완주했을 때 당이 받을 타격, 고립 같은 것도 걱정했습니다. 당내에 이런 선택(사퇴)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감대가 약했어요.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리려면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사퇴 시점도 그 시점밖에 없었고…. 진보신당 같은 경우는 당심과 민심 사이에 긴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는 더 날카로워질 수 있거든요. 저도 당의 얼굴 중 한 사람이고, 당심과 민심 사이의 괴리, 긴장을 좁히는 몫은 역시 리더 책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완주한 노회찬 대표(서울시장 후보)와는 대비되는 선택을 했는데요. 진보신당이 전략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노 대표도 제가 고민하는 맥락에 대해선 공감했어요. 그러나 당 대표이기 때문에 제 선택으로 인해 당에 혼란과 충격이 클 것을 걱정해서 저를 말렸습니다. 당 안팎의 상황논리로만 보면, (서울시장·경기지사 후보 가운데) 한 명은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명은 당 대표로서 당의 요구를 껴안아야 하고, 저는 당 밖 민심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고. 우리 당의 선거전략이 사전에 분명하게 섰더라면, 또 다른 선택을 열어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두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하는 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과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야권 후보) 단일화의 요구는 과거 진보정당의 족쇄이던 ‘비판적 지지’와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단일화가 과거엔 민주당의 요구였다면 이번엔 시민들의 요구였어요. 촛불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인데, 그 촛불시민들이 요구하는 정치연합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런 점에서 우리 당의 선거전략이 부재했다고 봐야지요. 많은 시민들이 민주당에 비판적이고 진보신당의 가치와 정책에 공감하면서도 ‘이번에는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데 동참하라’고 요구한 것이거든요. 진보정치가 앞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면 민심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 후보의 사퇴와 지지선언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후보는 졌습니다. 패인이 뭘까요.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의 파고는 매우 높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다 담아내지 못했지요. 유 후보를 단일후보로 만든 연대세력, 저, 민주당, 유시민 후보… 모두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 부분에선 말을 아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보였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합니까.
“촛불에너지가 선거와 만난 결과라고 봅니다. 이번 선거는 촛불이 제기한,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대한 재검토 요구였고 공공성 강화 요구였어요. 이번 선거에서는 MB(이명박 대통령) 심판이라는 성과를 낸 것이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촛불이 제기한 의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더 나아갈 겁니다. 누구나 비슷한 평가를 하겠지만, 국민들이 민주당을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고 MB 심판의 도구로 쓴 것이지요. 선거과정에서 보면, 국민들이 MB 심판 가능성의 구심점으로 민주당이 아니라 야권연대를 선택했습니다. 다만 야권연대 내에서 민주당의 패권이 관철돼 민주당이 압승한 것이지요. 사실 국민들이 야권연대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뒤집어서 해석해보면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야권연대라는 공간, 구조는 진보정치가 확장, 성장하는 데 유리한 공간인데 진보신당 같은 경우 정치연합을 능동적, 전략적으로 하지 못하고 소극적, 방어적으로 머무른 점이 아쉽습니다.”
-진보신당 내에서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습니다.
“제가 사퇴함으로써 당에 많은 충격과 혼돈이 있었습니다. 그런 충격과 혼돈이, 정치연합을 포함한 ‘진보의 재구성’ 문제, 당의 향후 진로 등을 가감없이 책임있게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년 전 진보신당이 창당했을 때 기대가 많았고 잠재적 지지층이 있었는데, 이 잠재적 지지층을 현실화시키지 못했어요. 저희 나름으로는 진보의 가치를 벼리고 실천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민주노동당과 뭐가 다르냐고 합니다. 이렇게 당이 정체되고 고립되고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징계 문제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당의 진로 논의와 징계 문제는 구분돼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논의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해서, 후보를 사퇴한 진의와 당의 진로에 대한 견해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당의 독자성과 정치연합을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분이 있는데, 저는 조직보전주의냐 아니면 조직의 집권전략을 위한 확장의 길이냐를 책임있게 결정하자고 이야기할 겁니다.”
-만약 출당 조치가 이뤄진다면.
“출당은…안돼야지요.”
차분한 어조였지만, 표정은 복잡했다. 진보신당은 그가 직접 만든 당이다.
-‘진보의 재구성’ 논의가 백출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진보대연합 전략이 필요합니다. ‘묻지마 통합’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이전에 진보대연합을 말할 때는 협소한 의미에서 진보세력, 즉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이번 선거를 보면 ‘복지’가 보편적 요구가 됐거든요. 국민들이 정책적인 수준에서는 진보정치와 손을 맞잡을 만한 때가 된 거예요. 진보의 사회적 기반은 확충된 만큼, 진보진영이 단순히 정치세력 재편을 넘어서 현실적 집권전략을 고민하는 가운데 진보대연합 구상을 해야 합니다. 과거의 민주노동당, 과거의 친노세력과 연합하자는 게 아니라 시대 변화, 사회 변화,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확인한 민심 변화를 성찰하고, 평가하고, 어떤 대안을 갖고 이 변화에 접목할 것이냐를 논의하는 정치과정이 필요합니다. 진보적 시민은 있지만 진보적 시민이 마음놓고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없지 않습니까.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치와 비전, 정책을 중심으로 한 진보대연합이 이뤄져야 하고, 이런 취지에 동의하면 연합의 대상은 확장될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지방선거에서의 야권연대를 계기로 민주당 쪽으로 더 다가갈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민주노동당이 이번 선거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낸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패권주의적 면모도 경험했을 겁니다. 또 우리 사회가 진보의 방향으로 뚜렷한 이동을 하고 있음도 목격했을 것이고요. 민주노동당도 진보대연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으로 봅니다. 민주당 역시 민심을 알고 이동한다면 왼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래서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된다면 진보대연합의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지요.”
-진보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이 당내에서 공존하며 경쟁하는 ‘미국 민주당 모델’을 언급하는 이도 있습니다.
“정치적 힘이 절대적으로 비대칭적인 상황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진보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이 형성된 독특한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꾸준히 운동세력을 흡수해왔음에도 당내에 진보블록이 형성되지 않은 걸 보세요.”
-현실적 집권전략을 고민하는 가운데 진보대연합 구상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수의 벽을 뚫을 수 있는 전략이 있는지요.
“이번 선거에 20대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투표 참여가 하나의 운동 주제가 된 것도 새로운 현상이고요. 하지만 투표율은 55% 수준입니다. 진보가 집권하려면 아직도 투표 안하고 있는 45%, 정치에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는 45%를 어떻게 투표장에 나오게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먹고 살기 힘든 분들, 청년들, 그동안 정치로부터 소외되고 배제됐지만 정치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분들이거든요. ‘진보가 밥 먹여줄 수 있다’는 모범의 창출이 가장 중요합니다. 민주노동당에서 수도권 구청장을 배출했는데, 이 분들이 모범을 창출한다는 의미를 살려내야 합니다. 대형마트에 가도 새 상품이 출시되면 반드시 ‘맛보기’를 하잖아요. 맛보고 맛이 괜찮으면 사고, 아니면 안 사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60년 넘게 보수체제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당신들 말은 좋은데 실현되겠느냐’ 하거든요. 진보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요.”
-개인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당장 7·28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설이 나옵니다.
“7월 재·보선 출마는, 현재로서는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수도권에서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2012년까지 진보의 교두보를 더 확실히 만들어가는 일을 과제로 삼으려고 합니다. 집권 전망과 관련해서 의미있는 수준까지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인터뷰가 끝났다. 그는 서둘러 어디론가 떠났다.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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