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를 체온으로 느낀다.
어린 시절, 대처에서 공부하는 오빠들을 돌봐주기 위해 엄마와 언니가 서울에 가면 어린 나는 아버지 밥을 퍼드리겠다고 가슴까지 오는 나무 주걱을 들고 어두컴컴한 부뚜막에 기어 올라가곤 했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 밥을 퍼드린 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무거운 가마솥 뚜껑을 치우기도 전에 아버지의 커다란 팔이 나를 받아 안았기 때문이었다.
“인석, 그러다 엎어지면 어쩌려고!”
짐짓 엄한 걱정의 말씀보다 부엌에서 대청마루까지 나를 번쩍 안아들어 성큼성큼 걸어가는 아버지의 발걸음이 좋아서 꺄르륵 웃었던 철없는 막내딸. 커다랗고 검은 가마솥보다 더 단단하고 따스했던 아버지의 팔과 가슴. 아버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따뜻한 온기다.
나는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성실한 교사이셨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교육자가 될 꿈을 꾸었다. 하지만 혼탁한 세상에서는 꿈을 꿀 자유를 얻기 위해서도 싸워야 했다. 세상을 바꿀 꿈을 먼저 꾸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싸우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늘 힘든 길만 골라 걸어가는 막내딸을 안쓰럽게 지켜보는 아버지의 눈길이 있었다.
나를 번쩍 들어 안던 아버지의 온기, 교육자로서 자녀교육에 집착에 가까운 헌신을 보였던 아버지의 꿈, 이것이 나를 지금까지 키워낸 힘이었다는 것을 가슴 깊은 곳에서 알고 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 소외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나의 꿈속에는 바르고 똑똑한 아이들을 키워내는 일에 평생을 바치신 아버지의 꿈과 온기가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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