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월 8일)는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언젠가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 혼자만의 방'이라는 자전적 소설에서 이런 말을 했지요. 지금 나에게 여성의 선거권과 돈 이 둘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당연히 돈을 택하겠다고 말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겠지요.

하지만 선거권이 당연히 인정되는 지금, 우리는 돈과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모두 붙잡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여전히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의 지위에 대해 오늘 같은 날을 계기 삼아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는 영국에서도 여성이 선거권을 획득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습니다(1918년). 그만큼 여성은 아주 오래도록 사회의 변방에 위치했죠. 지금도 사정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활정치를 강조하고, 미래 생활정치의 주역으로 여성들이 진정한 정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확신하는 저입니다만, 현실적으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위태로운 것입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성의 날에 즈음해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로서 저는 여성과 아동을 위한 6대 공약을 준비하게 되었고, 이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간략히 여러분께 설명드리겠습니다.

제 자신 여성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최초로 여성학생회를 구성하기도 했지요. 제 삶을 담담하게 담은 책에서는 운동권 내부에서도 은연중 드러나는 남성중심의 문화과 관습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여성으로서, 그리고 생활인이자 운동가, 또 무엇보다 정치인으로서 고민하며 반세기를 살아오는 동안 적지않은 고민들을 해왔습니다. 이 공약이 물론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6대 공약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근거 및 전망을 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부족함이 있다면 애정어린 비판을 부탁드립니다.


1. 여성안전택시 (일명 : 핑크 레이디즈)   
핑크 레이디즈라는 별칭에서 관습적인 어감상 묘한 풍경들을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골자는 이런 것입니다. 여성안전택시(일명 핑크 레이디즈)는 2005년 여성들의 편리와 안전을 위해 영국에서 최초 운영을 시작한 여성전용 택시제도입니다. 다른 택시와 구별되도록 외관과 실내가 따뜻한 분홍빛으로 되어 있어 붙어진 이름이죠. 운전자와 승객이 모두 여성이고 12세 미만의 남자아이만 예외적으로 탑승이 허용됩니다.


왜 이런 제도가 필요하냐구요? 여성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좀더 두텁게 보호하자는 것이지요.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서도 보호하는 모성의 담당자인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좀더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요? 알고 있습니다. 요즘 가끔 택시를 타면 기사분들께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십니다.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한달에 150만원을 가져가기 어렵다고 하소연하시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합승과 원거리 승객에 대한 편향이 생겨나고, 승객들은 시민들은 불편을 겪게 됩니다. 택시기사분들만을 탓하기도 난처한 상황이지요. 이런 판국에 여성전용택시라니 좀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너무 비현실적인 거 아니야?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동과 모성으로서의 여성을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인 책무입니다. 현실을 등한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아동과 여성들을 좀더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그들이 사회적인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수동적인 인간이기 때문이 아니지요. 좀더 존중하고, 또 그런 존중을 통해서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은 양성평등의 가치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운영하겠습니다.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택시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고 경기도가 여성안전택시(회사/개인)을 지정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여성안전택시 기사단을 구성해 별도의 인권 특별 교육을 수료하게 하고, 모범 기사단과 업체에 대해서는 표창과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담고 있습니다.


2. 시민캅 제도
우범지역, 방과 후 학교와 주거지역, 농어촌의 인적 드문 지역의 안전을 순찰하는 공공안전지킴이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사회적 일자리 기능도 더불어 수행하려고 합니다. 유급화를 통해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성별 야간 보행에 대한 두려움 인식 및 원인(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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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2009. 「2008 경기가족여성통계」.
자료 : 통계청,「사회통계조사」원자료 분석 (2008).

이와 유사한 제도가 미국과 일본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지역 안전을 크게 증진 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국 어바인은 학교 전담 경찰제도(한명의 경찰이 6~7개 학교 전담 관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FBI가 실시하는 안전도시 조사에서 안전도시 선정(인구 10만 이상 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임)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전직 경찰인 노인 자원활동가들의 지역 순찰 제도로 2인 1조로 학교 시설과 주변 지역을 순찰하고, 공무원이 아동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놀이터와 같은 아동의 놀이공간에 공무원을 배치하여 아동의 안전을 감시하며 이것이 담당 공무원의 업무라고 합니다.
 
3. CPTED(범죄예방환경)공법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 예방을 실현하는 것으로 건축 설계나 도시 계획에 범죄를 방어하는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안입니다. 1972년 미국 건축학자 오스카 뉴먼은 범죄가 들끓던 대도시 공동주택단지의 설계에 방어공간(defended space)이라는 범죄예방기법을 적용한 것이 효시입니다.

이미 경기도 부천시 심곡동, 소사본동, 원미1동이 시범운영지역으로 선정되어 있죠. CPTED 공법을 도입한 영국의 경우, 범죄발생량을 평균 20%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 10분 안전 감시 시스템
10분안전 감시 시스템은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 10분, 대중교통 정류장에서 집까지 가는 시간 10분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지역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역 접근성이 높은 소방서에 안전감시센터를 설치하고 지역의 안전 감시 업무를 총괄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오사카 지역 사례를 보면, 위급상황시 벨과 마이크를 활용하여 긴급 통보할 수 있는 장치로 360도 회전 카메라가 안착되어 피해 상황을 촬영하고 경찰이 위치확인 후 즉각 출동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5. 아동 안전등하교 시스템
안전부저(위기시 큰 소리로 위기를 알리는 호출 도구. 현재 경기도에서 저소득 아동을 대상으로 보급중) 무료 공급, 집단 등교제를 비롯해 현재 일회성 비디오 교육으로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안전교육을 교육청과 협의해 아동이 위험을 판단할 수 있도록 실제유인상황 실습 중심의 교육 실시하고, 이를 정규 교과과정으로 도입하겠습니다.

6. 경기 지역별 안전 평가
경기도내 시군의 안전 상황을 지표로 수치화해 시군별 안전 평가를 매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해외에는 후아료 위원회 여성안전 감시단의 여성 안정성 감시(WSA)가 유명합니다. 공공장소의 도시 내 안정성 인식에 관한 정보 수집 및 평가를 위한 참여적 도구죠. 사람들이 물리적 공간을 함께 걸으며, 얼마나 안전하게 느끼는지 평가하고,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임. 모든 공간에서 실시 가능하며 공원, 거주 지역, 시장, 버스 정류장, 공공 교통장소, 교육기관, 병원, 지역 센터 들이 포함됩니다.


글을 마무리 하며...

최근 발생한 부산 여중생 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여성과 아이들 안전을 위한 특단의 정책이 필요하며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지자체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2001년 이후 경기도내 성폭력 발생건수는 해마다 증가해 2008년에는 3,898건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혜진 예슬양 사건(안양. 2007), 일산 아동 유괴 미수 사건(고양 2008), 조두순 사건(안산 2008)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충격적 흉악범죄도 대부분 경기도에서 발생해 경기도에서 여성과 어린이 안전은 심각한 상태입니다.


□ 지역 및 성별에 따른 전반적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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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안상수 외, 2009, 아동 여성안전생활지표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집약한 것이 제가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6대 공약입니다. 여성과 아동의 보호는 비단 경기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더 이상은 미뤄선 안되는 사명입니다. 사회적인 책무입니다. 또한 여성과 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선 특정 성 범죄자들에 대한 감상적인 증오, 그리고 그 범죄자에 대한 처벌강화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체계적인 시스템이 확고히 마련되었을 때 그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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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9 17:37 2010/03/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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